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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케이크에도 미사일 모양 장식 꽂아…WSJ가 전한 평양 풍경

과학자들을 위해 건설된 고층 아파트 꼭대기에는 원자 모양의 조각이 올라 있고, 도로나 건물에도 원자 문양이 새겨져 있다. 상점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념우표를 팔고, 고급 케이크에는 '화성 12형' 모형의 장식이 올라가 있다. 로켓 모양의 초콜릿이 팔려나가는 한편, 어린 아이들은 미사일 발사대 모형의 장난감을 가지고 논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취재진이 최근 평양을 찾은 후 전한 풍경이다. WSJ는 22일 '평양에서 온 편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의 북한 방문기를 전했다. 북한 당국의 철저한 통제 속에서 이뤄진 여행이었다. 신문은 "북한의 진열장이라 할 수 있는 도시 평양 곳곳에 북한의 핵 야욕이 새겨져 있었다"며 홈페이지에 그 생생한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지하철을 타고 오가는 사람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스마트폰을 들고 선 여성, 강에서 낚시하는 남자들 등 언뜻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비춘 것 같지만 도시 곳곳에는 '미사일과 폭탄 이미지'가 확연히 드러나 있었다. WSJ는 또 "스시 식당에선 100달러 상당의 요리가 제공됐고, 한 수퍼마켓에서는 70달러 짜리 위스키 등이 판매되고 있었다"며 "엘리트들은 잘 사는 것 같아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평양 외곽에서의 생활 수준은 매우 낮아 보였고, (평양과는) 눈에 띄게 달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양의 이같은 모습 또한 '진짜 평양'과는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들이 박물관을 방문했을 당시 이들 외에는 단 한 명의 방문객도 없었고, 평양이 300만 명이 거주하는 도시임에도 교통량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북한 주민들과 인터뷰를 나눴을 때 그들은 모두 미사일 개발을 지지했으며, 제재로 인해 경제가 안 좋아진다 해도 희생을 감당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북한에서 제과업체를 운영하는 이송호씨가 단적인 예다. 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이 핵 보유국임을 인정해야 전쟁의 위협이 사라질 것"이라며 "우리는 이제 우리를 지키기 위한 모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WSJ는 "그러나 북한 사람들이 통역했고 주민들이 자유롭게 말했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WSJ 기자들은 미국의 석유 관련 제재와 관련한 서술도 덧붙였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대북 제재로 인해 평양의 주유소에서 기름을 얻기 위한 긴 줄이 늘어섰다고 트위터에 썼지만, 우리가 평양을 여행할 당시 목격한 4개 주유소에서 그런 줄은 볼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리기성 북한 사회과학원 경제학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한국전쟁 후 여러 방식으로 경제제재를 버틸 수 있도록 잘 자리를 잡았으며, 원유 금수 조치 등 제재가 시행되더라도 북한의 동맹국들에 기댈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임주리 기자

2017-09-25

한 달 새 3번 뜬 '죽음의 백조'

북한이 24일 미 공군의 B-1B 랜서 전략폭격기를 미사일로 공중폭발시키는 합성 영상을 공개했다. 이날 미군이 괌에서 한반도 동해상 북한 영해 인근까지 B-1B를 출격시켜 무력시위를 한 직후였다. 항공기의 모양이 백조를 닮아 '죽음의 백조'라는 별칭을 가진 B-1B는 알려진 것만 해도 지난달 31일과 18일에 이어 한 달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왕복 6000㎞가 넘는 장거리 비행을 세 차례나 했다. 한번 출격에 30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B-1B의 잦은 출격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북한의 '트라우마', 즉 6·25 전쟁 때 미군 공습에 북한이 느끼는 '악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예비역 장성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서 마지막 공세를 준비 중이던 북한군을 향해 98대의 미군 B-29 폭격기가 26분 동안 960t의 폭탄을 퍼부으며 융단폭격을 가했다"며 "제공권을 장악한 연합군이 평양 등 북한의 주요 도시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공습을 펼쳐 전쟁이 끝난 뒤 제대로 된 건물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여서 미군의 공습은 북한엔 악몽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994년 사망한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미군의 폭격으로 73개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지고 평양에는 2채의 건물만 남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6·25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은 낮과 밤으로 이어졌다"며 "평양을 비롯해 북한의 주요 도시들은 완전히 파괴돼 옛 소련과 사회주의 국가들이 3년여에 걸쳐 도시 전체를 완전히 새로 건설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군 공습의 파괴력을 경험한 북한은 유사시를 대비해 곳곳에 대규모 지하 시설을 갖췄고, 평양 지하철의 경우 지하 70m 아래로 만들어 대피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공군력 확충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해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촘촘한 방공망을 갖추고,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군 폭격기가 움직일 경우 공개활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략 폭격기의 잦은 출격이 6·25전쟁의 악몽을 활용한 대북 무력시위를 통해 억제력 차원이라는 얘기다. 정밀 유도폭탄 등 61t의 무기를 탑재한 B-1B는 괌에서 2시간이면 북한 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전략 폭격기 이외에도 유사시 잠수함이나 지상에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들이 있지만 무력시위로는 전략폭격기가 안성맞춤"이라며 "지난 정부 때는 한국 정부에서 미국에 파견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자체 판단으로 폭격기들이 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면서 괌에 주둔하고 있는 폭격기 조종사들의 실제 장거리 작전 훈련 성격도 있다는 얘기다. 이전까지 B-1B가 올 경우 주일미군이나 한국 공군이 호위를 했지만 지난 24일에는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 공군이 호위하는 등 미군은 단독 작전을 펼쳤다. 정용수 기자

2017-09-25

이용호 북 외무상 "트럼프가 선전포고"

북한 이용호(사진) 외무상이 미국이 선전포고했다고 주장하면서 미 전략폭격기가 북방한계선(NLL)을 넘지 않더라도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북.미 간 긴장이 더 고조되고 있다. 이 외무상은 25일 뉴욕의 숙소인 밀레니엄힐튼 유엔플라자 호텔 앞에서 기자들에게 "트럼프는 지난 주말 또다시 우리 지도부에 대해 오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공언함으로써 끝내 선전포고를 했다"고 말했다. 북한 영공을 근접비행하는 전투기에 대해 자위권을 발동하겠다고도 했다. 그는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한 말이기 때문에 이것은 명백한 선전포고가 된다"면서 "지금 유엔총회 참가하는 성원국 대표단을 포함해서 전세계는 미국이 먼저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했다는 것을 똑똑히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초 이날 이 외무상의 입장 표명은 오전 10시에 있을 예정이었지만 40여분이 지난 후에야 이뤄졌다. 느지막하게 나타난 이 외무상은 "지난 몇일 동안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조미간 말싸움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간절히 희망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선전포고의 근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내용이었다. 지난 23일 이 외무상이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원색적인 언어로 자신을 공격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방금 북한 외무상의 유엔 연설을 들었다"며 "만약 그가 '리틀 로켓맨'(little rocket man)의 생각을 되 읊은 것이라면 그들은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트위터에 올렸다. 지난 23일 전략폭격기 B1B 랜서 2대와 F15C 전투기 편대가 북한 동해 쪽 국제공역까지 들어간 것에 대해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이를 선전포고의 근거로 삼지는 않았다. 대신 이 외무상은 "유엔헌장은 성원국들의 개별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있다"면서 "선전포고를 한 이상 앞으로는 미국 전략폭격기가 영공을 넘어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임의의 시각에 쏘아 올려 떨굴 권리를 포함해서 모든 자위적 대응권리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를 유엔주재 북한대표부 직원이 영어로 번역하면서 '격추(Shoot down)'라는 단어가 들어감으로써, 자위적 대응에는 격추도 포함된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영공을 넘어서지 않은채 NLL(북방한계선) 근처를 비행하더라도 자위권을 발동한다고 공언함으로써 북한 입장에서는 최고조의 엄포로 경고한 것이다. 이 외무상은 마지막으로 "누가 더 오래 가는가는 그 때 가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한 뒤 일체의 질문을 거부한채 차량에 올라탔다. 그는 이날 존 F 케네디 공항을 통해 귀국길에 올랐다. 뉴욕=심재우 특파원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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